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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언어발달|예측하는 뇌는 언어이해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작성자 센터 관리자
작성일 2026.10.22
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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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른과 똑같이 이해할까요?

엄마가 외출하려고 가방을 들면 아이는 “엄마, 어디 가?”라고 묻습니다. 엄마가 신발을 신기도 전에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반대로 엄마가 가방을 들고 있어도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장면은 같지만, 아이가 그 장면에서 이해하는 의미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세상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인지과학과 뇌과학은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과정을 더해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감각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면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언어발달이 단순히 낱말을 많이 기억하거나 문장을 길게 말하는 능력의 증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합니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신경과학자 아닐 세스(Anil Seth)는 저서 《내가 된다는 것(Being You)》에서 인간의 지각을 설명하면서 '통제된 환각(controlled hallucinat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다소 낯선 표현이지만 의미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뇌는 과거 경험과 기대를 바탕으로 외부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고, 실제로 들어오는 감각정보와 비교하면서 그 예측을 수정합니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방에서 옷걸이에 걸린 옷을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가 불완전한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일 가능성을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을 켜고 자세히 살펴보면 예측이 수정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뇌가 현실을 마음대로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뇌의 예측은 실제 감각정보에 의해 끊임없이 제약받고 수정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예측처리(predictive processing) 라고 부릅니다.

아동의 언어이해에서도 이와 유사한 예측 과정이 작동합니다. 아이는 이전에 들었던 말과 경험했던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에 나올 말이나 행동을 예상하고, 새로운 정보를 통해 자신의 이해를 조정합니다.

언어를 이해할 때도 뇌는 다음에 나올 말을 예측합니다

아동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밥을…….”

아이는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먹어요'라는 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니까 우산을…….”

이 문장에서는 '써요' 또는 '가져가요'와 같은 표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동이 이러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낱말의 뜻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배고픔과 식사, 비와 우산, 사물과 행동 사이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언어적·상황적 지식을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5년에 발표된 아동 언어예측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53개 연구, 67개 실험에 참여한 아동 2,505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아동은 의미, 문법, 말소리, 운율 등 다양한 단서를 활용하여 앞으로 나올 언어정보를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모든 아동이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예측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경험, 발달 수준, 과제 특성에 따라 예측 능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언어이해가 단순히 들은 말을 해석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맥락을 활용하고 가능한 의미를 예상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아동마다 다르게 이해하는 이유

두 아이가 같은 그림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림에는 한 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고, 옆에 있던 친구가 손을 내미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아이는 “친구가 일으켜 주려고 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는 “손을 들고 있어요”라고 설명합니다. 두 아이 모두 그림 속 행동을 보았지만, 그 행동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까지 동일하게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아이는 친구가 넘어진 상황, 울고 있는 표정, 손을 내미는 행동을 연결하여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아이는 눈에 보이는 행동 자체를 중심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휘력뿐 아니라 이전 경험, 상황 이해, 인과관계 추론, 타인의 의도 이해 등 다양한 능력과 관련됩니다.

물론 한 번의 대답만으로 아동의 사회적 이해 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질문 방식이나 표현언어 능력의 차이 때문에 알고 있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동이 무엇을 보았는지뿐 아니라, 그 장면을 어떤 의미로 이해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낱말을 안다는 것과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언어치료에서 아동이 어떤 낱말의 뜻을 말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낱말을 다양한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깨지다'라는 낱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동은 유리컵이 깨지는 모습을 보고 “컵이 깨졌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는 장면, 장난감이 부서지는 장면, 또는 “약속이 깨졌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는 이해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같은 낱말이라도 사용되는 상황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언어발달 과정에서 아동은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면서 낱말의 의미 범위를 넓히고,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따라서 낱말을 가르칠 때는 그림을 보고 이름을 말하는 활동에서 더 나아가, 그 낱말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비교하고 설명하는 활동도 필요합니다. 낱말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정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언어발달이 늦은 아동은 무엇이 어려울까요?

언어발달이 늦은 아동 가운데는 개별 낱말의 뜻은 알고 있지만, 여러 정보를 연결하여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민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학교가 끝났는데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동에게 질문합니다.

“민수는 왜 집에 가기 어려울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산', '학교', '비'라는 낱말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산이 없다는 사실과 비가 오는 상황을 연결하여, 비를 맞지 않고 집에 가기 어렵다는 의미를 추론해야 합니다.

발달성 언어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읽기이해 연구에서도 어휘, 문법, 구어언어 능력뿐 아니라 추론을 요구하는 질문이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모두 '예측 능력의 결함'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언어이해에는 작업기억, 주의조절, 어휘지식, 문법능력, 배경지식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가와 중재에서는 아동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문장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지, 또는 주어진 정보를 연결하여 추론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측하는 능력은 사회적 의사소통과도 연결됩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우리는 상대방이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지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친구가 창밖을 보면서 “비가 많이 오네”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날씨를 설명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밖에 나가기 싫다는 뜻이거나 우산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아동이 이러한 의미를 이해하려면 말의 문자적 의미뿐 아니라 상대방의 표정, 시선, 이전 대화, 현재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화용언어(pragmatic language), 사회적 추론, 타인의 관점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개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동일한 예측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예측처리 이론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양한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치료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예측처리 관점은 아동에게 정답을 반복해서 알려주는 활동만큼이나, 스스로 예상하고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는 경험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예를 들면, 그림책에서 아이가 물이 담긴 컵을 테이블 끝에 놓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이 컵은 어떻게 될까?”

아동이 “떨어질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다음 장면을 보여줍니다.

컵이 떨어져 물이 쏟아졌다면 아동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하도록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 컵을 잡아 주었다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상황을 관찰하고, 이전 경험을 활용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언어적 추론, 인과관계 이해, 이야기 구성, 문제해결, 사회적 상황 이해를 함께 촉진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예측처리 이론에 의해 독립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특정 치료법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중재에서는 아동의 언어평가 결과와 목표에 맞추어 기존의 근거 기반 언어치료 접근을 적용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아이의 예측과 추론을 도울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그 이유를 말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외출할 때는 “우리가 신발을 신었으니까 이제 무엇을 할까?”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는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친구와 갈등이 생긴 상황에서는 “친구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다른 방법으로 말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정답을 맞혔는지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들어보고,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면서 다른 가능성도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언어표현이 충분하지 않은 아동에게는 그림을 선택하게 하거나 두 가지 예상 결과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어발달은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과거 경험과 현재 감각정보를 결합하여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라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아동의 언어발달에 연결하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언어발달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과정이 아니라, 경험을 연결하고 상황을 해석하며 다른 사람과 의미를 공유하는 능력이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동이 낱말을 정확하게 말하는지, 문장을 얼마나 길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 사용되는 상황을 이해하는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추론하는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수정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언어치료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낱말과 문장의 수를 늘리는 데만 있지는 않습니다. 아동이 언어를 통해 주변 세계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듣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동의 뇌도 다음에 들을 말을 예측하나요?

네. 연구에 따르면 아동은 문장의 의미, 문법, 말소리 등 여러 단서를 이용해 다음에 나올 언어정보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측 능력은 아동의 연령과 언어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Q. 예측 능력이 부족하면 언어발달이 늦어지나요?

언어예측은 언어이해와 관련되지만, 예측 능력 하나만으로 언어발달지연의 원인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어휘력, 문법, 청각적 이해, 작업기억, 주의, 사회적 의사소통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Q. 언어치료에서 예측 능력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나요?

그림책의 다음 장면 예상하기, 이야기의 결말 추론하기, 행동의 결과 예측하기, 예상과 실제 결과 비교하기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아동의 언어이해 수준에 맞춰 구성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및 연구자료

Seth, A. K. (2021). Being You: A New Science of Consciousness. Faber & Faber.

Theimann, A., Köder, F., & Norvik, M. I. (2025). Insights from visual world paradigm studies on language prediction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Acta Psychologica, 261, 105821.

Ryskin, R., & Nieuwland, M. S. (2023). Prediction during language comprehension: What is next?.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7(11), 1032–1052.

Federmeier, K. D., et al. (2026). Prediction in language comprehension across the lifespan. Nature Reviews Psychology, 5, 595–611.

Lam, J. H. Y., Leachman, M. A., & Pratt, A. S. (2024). A systematic review of factors that impact reading comprehension in children with developmental language disorders. Research in Developmental Disabi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