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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경직성과 언어치료 |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아이, 왜 그럴까요?

작성자 센터 관리자
작성일 2026.10.10
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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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 현장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경험이나 자신의 판단을 반복해서 주장하는 아이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 아이가 지난주 미술시간에 과제를 일찍 끝내고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교실 밖으로 먼저 나갔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도 과제를 마치자마자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은 친구들이 모두 끝날 때까지 교실에서 기다려야 해”라고 설명하자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번에는 나갔잖아요.”

선생님이 “지난번에는 특별히 허락을 받은 것이고, 오늘은 상황이 달라”라고 설명해도 아이는 계속해서 “그래도 지난번에는 됐어요”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반복된다면 단순히 고집이 세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한다고만 해석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인지적 경직성, 인지적 유연성의 어려움, 맥락 의존적 추론, 일반화와 변별의 어려움, 메타인지의 취약성과 같은 여러 인지·언어적 특성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1. 인지적 경직성: 한번 형성한 생각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인지적 경직성(cognitive rigidity)입니다.

인지적 경직성이란 한번 형성한 생각이나 행동방식을 새로운 상황이나 정보에 맞게 수정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위의 아이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제를 끝냈다 →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 경험이 강하게 기억되면 아이는 다음 상황에서도 같은 규칙을 적용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규칙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황이 달라졌을 때 기존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입니다.

2.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맥락 의존적 추론

두 번째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맥락 의존적 추론(context-bound reasoning)입니다.

이는 추상적인 규칙이나 새로운 조건보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구체적인 사건을 더 강한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아이에게는 “지난번에는 과제를 끝내고 나갔다.”라는 경험이 매우 분명합니다.

반면,“같은 장소와 비슷한 상황이라도 교사의 지시, 활동의 목적, 시간, 주변 상황에 따라 규칙이 달라질 수 있다.” 라는 개념은 훨씬 더 복잡하고 추상적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제가 직접 해봤는데요”, “지난번에도 됐어요”라고 반복해서 주장한다면 단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고 보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새로운 상황을 비교하고 통합하는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일반화와 변별의 어려움

언어치료에서 매우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일반화(generalization)와 변별(discrimination)입니다.

일반화는 한 상황에서 배운 규칙을 비슷한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반면 변별은 비슷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차이를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 두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주에는 과제를 모두 끝낸 뒤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이번 주에는 과제를 끝냈지만 선생님이 친구들과 함께 기다리라고 지시했습니다.

두 상황 모두 ‘과제를 끝냈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허락 여부와 그날의 수업 상황은 다릅니다.

아이가 이러한 핵심적인 차이를 충분히 구별하지 못하면 하나의 경험을 모든 비슷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려 할 수 있습니다.

4. 메타인지와 오류 모니터링의 어려움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은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번과 오늘은 무엇이 다를까?”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이 오늘도 맞을까?”

“선생님이 새로운 설명을 했으니 내 생각을 바꿔야 할까?”

이처럼 자신의 판단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오류 모니터링(error monitoring)이라고 합니다.

메타인지와 오류 모니터링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처음 내린 판단을 계속 유지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언어치료에서는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요?

이러한 아이에게 치료 목표를 단순히 ‘틀린 것을 인정하게 하기’로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목표는 자신의 경험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고, 중요한 조건을 찾아내며, 새로운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언어적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1. ‘지난번’과 ‘지금’을 비교하도록 합니다

아이에게 바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했나요?”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요?”

“지난번에도 선생님이 허락했나요?”

“오늘 선생님은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그러면 오늘도 지난번과 똑같이 행동해도 될까요?”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문답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다시 검토하도록 돕는 메타인지적 언어훈련입니다.

2. ‘사실-조건-규칙-결론’의 순서로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에게 다음 네 단계의 사고 과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도록 지도할 수 있습니다.

  1. 사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 조건: 지난번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3. 규칙: 오늘은 어떤 지시나 규칙이 있나요?
  4. 결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과제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선생님이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친구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처럼 생각의 과정을 말로 표현하게 하면 아이가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을 비교하는 훈련을 합니다

대조학습(contrastive learning)도 매우 유용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뛰었습니다. 오늘 복도에서도 뛰어도 될까요?”

“집에서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그렇게 해도 될까요?”

“친구가 어제 연필을 빌려주었습니다. 오늘도 허락 없이 가져가도 될까요?”

“지난번에는 선생님이 먼저 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도 말하지 않고 먼저 가도 될까요?”

이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루면 아이는 점차 비슷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4. 생각을 바꾸는 언어를 가르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도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라고 생각했어요.”

“지난번과 오늘은 달라요.”

“제가 중요한 조건을 놓쳤어요.”

“새로운 설명을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해요.”

이러한 표현은 단순한 말하기 연습이 아닙니다.

생각을 바꾸는 과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인지적 유연성을 높이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5. ‘왜?’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를 묻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계속해서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고 묻는 것보다

“지난번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지금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조건을 다시 봐야 할까요?”

와 같이 구체적인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한 아이에게 막연한 “왜?” 질문은 오히려 자신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수정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반복해서 주장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배경에는 인지적 경직성, 인지적 유연성의 저하, 맥락 의존적 추론, 일반화와 변별의 어려움, 메타인지 및 오류 모니터링의 취약성이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치료에서는 “네가 틀렸으니 인정해야 해.” 라고 지도하기보다

“지난번과 지금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고, 새로운 정보를 확인한 뒤 필요하면 생각을 바꾸어 보자.”

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단순한 문제풀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의 갈등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교사의 새로운 지시를 받아들이며, 학교와 가정에서 달라지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결국 언어치료는 단순히 어휘를 많이 알고 문장을 길게 말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언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며, 새로운 정보에 따라 판단과 행동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언어치료의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